‘현금보다 안전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말, 사실일까?
2024년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부에서는 “현금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계되어 위조나 도난에 강하고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돼 가치를 유지한다는 특징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특히 미국 달러에 연동된 USDC, 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송금, 예치, 담보 등 다양한 금융 활용이 가능하며 실제 자산보다 더 투명하고 유동적이라는 점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스테이블코인이 현금보다 안전한 자산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주장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이 보유자에게 어떤 리스크와 기회를 제공하는지를 법적·기술적·시장 구조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 안전 자산 조건 vs.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한계
우선 ‘안전한 자산’이라는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산이 안전하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가치의 안정성, 환금성, 규제 보호,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내성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현금은 국가가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법정화폐로 거래에서의 법적 강제력과 즉시 지급 기능이 담보되어 있는 자산입니다.
현금을 은행에 예치하거나 지갑에 보관하면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는 가치 손실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환경에 존재하는 민간 발행 자산으로 법정화폐와 1:1 연동되어 있다고 해도 발행사와 준비금 운용 구조에 따라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행사가 준비금 전액을 현금성 자산이 아닌 채권, 기업어음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고 있을 경우 위기 상황에서 상환이 지연되거나 정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개념과는 별개로 구조적으로 가지는 다른 차원의 위험 요소입니다.
✅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은 발행사와 준비금에 달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얼마나 안전한지는 해당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가 어떻게 준비금을 관리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예로, USDC는 미국의 서클(Circle)이 발행하며 준비금은 현금 또는 미국 국채로 구성되고, 회계 감사 및 월간 보고서를 통해 공개됩니다.
이와 달리 USDT는 테더(Tether)가 발행하며 과거에는 준비금 구성과 관련된 불투명성 논란과 규제 기관과의 충돌 사례가 있었습니다.
비록 최근에는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투자자 신뢰는 준비금의 성격과 운용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법정화폐 예치금이 어떤 금융기관에 보관되어 있느냐도 핵심 요소입니다.
신용도 높은 은행이나 중앙은행 계좌에 예치되어 있느냐 혹은 제3자 디지털 자산관리 기관을 거쳐 예치되느냐에 따라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의 회수 가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단순히 ‘디지털이냐 현물이냐’로 비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운영 구조의 투명성과 준비금에 대한 법적 보호 체계가 핵심입니다.
✅ ‘현금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한 오해와 현실
“현금보다 안전하다”는 표현은 종종 스테이블코인이 해킹에 강하고, 국경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사실입니다.
현금은 위조, 도난, 분실 등의 물리적 리스크에 노출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지갑 주소 기반의 접근 제어와 다중 서명 기술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보안성과 자산 안정성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오류일 수 있습니다.
현금은 통화 자체에 법적 효력이 있으며 예금자 보호제도, 중앙은행의 최종 지급보증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존재합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 파산 시 준비금 회수가 법적 보장되지 않거나 해당 플랫폼의 기술적 오류나 해킹으로 인해 보유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또한 특정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이 법적으로 제한되거나 규제될 가능성도 현실적인 리스크로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 ‘현금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은 기술적 효율성과 유동성 측면에서의 장점을 과장되게 일반화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규제 환경과 통제권, 이것이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현금과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차이는 누가 그 가치를 보장하고, 위기 시 누가 책임지는가입니다.
현금은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국가가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는 자산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주체가 발행하며 국가마다 법적 지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지니어스법과 같은 제도를 통해 준비금 100% 보유, 정기 감사, 고객 실명 확인 등을 조건으로 제도권 스테이블코인을 인정하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전자지급수단으로 정의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글로벌 공통의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스테이블코인은 제도권 내에서, 또 어떤 코인은 사실상 감독 사각지대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규제 차이로 인해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자산 안정성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이는 곧 “현금보다 안전하다”는 표현이 모든 코인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결정적 이유가 됩니다.
✅ 스테이블코인은 ‘현금의 대체재’ 일 수 있어도, ‘완전 대체물’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분명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금융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송금, 디파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 등에서 기존 현금 시스템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현금보다 안전하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제도적 불안정성과 발행 구조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결국 핵심은 무엇이 그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준비금에 대한 법적 환급 가능성과 플랫폼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가입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은 현금을 보완하거나 디지털화하는 유용한 수단일 수 있지만 현금의 법적 신뢰성과 제도적 보호를 완전히 대체하는 자산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와 사용자 모두 기술적 편의성과 금융 안정성을 구분해서 판단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