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루나·테라 사태 전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어떻게 변했나?

kisense 2025. 7. 15. 13:17

2022년 5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때 시가총액 기준 상위권을 차지하던 테라(Terra)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UST가 급락하며 동반 발행되던 루나의 가격까지 연쇄 붕괴한 이른바 루나·테라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루나·테라 사태 발생 원인과 시장의 대응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은 안전하다’는 인식 하에 자산을 맡겼고, 테라 생태계는 디파이 예치, 결제, 송금 등 실사용 영역까지 넓혀가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 며칠 만에 총 40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가 증발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조명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루나·테라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기술, 제도, 투자 흐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한계 드러나다

루나·테라 사태의 핵심은, 당시 가장 실험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설계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의 실패였습니다.

테라 생태계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인 UST는 은행에 실제 달러를 보관하지 않고도 1UST =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핵심은 테라와 함께 운영되던 또 다른 암호화폐인 루나(LUNA)에 있었습니다.

UST를 새로 발행하려면 사용자는 1달러 상당의 루나를 시장에서 사서 시스템에 넘겨주고 그 루나는 자동으로 소각되며 대신 1UST가 발행되고, 반대로 UST를 회수하려 할 경우에는 사용자가 1UST를 돌려주면 시스템은 새로운 루나를 발행해 사용자에게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구조는 루나의 가격과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UST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시장 기반 자동 조정 시스템’이었습니다.
즉, 루나가 충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시장 참여자가 이 시스템을 신뢰할 경우에만 작동 가능한 구조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2022년 5월, 테라의 예치 플랫폼에서 예치되어 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UST가 갑작스럽게 빠져나가고
UST의 구조적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루머와 공포가 시장에 확산
되면서 투자자들은 “이 시스템이 정말로 1달러 가치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UST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무너졌고 대량의 UST 매도와 함께 UST를 루나로 전환하려는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루나가 대량 발행되면서 가격이 급락했고 그 결과 UST의 가격 방어 메커니즘 자체가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루나 가격 하락 → 루나 발행량 폭증 → UST 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멈추지 않자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로 대거 탈출했고
결국 루나와 UST 모두 시장에서 사실상 가치가 사라지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해서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며 실제 준비금 없이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모델은 극단적인 시장 변동성 앞에서 무력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 신뢰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의 회귀

루나·테라 사태 이후, 시장의 관심은 알고리즘형에서 준비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급격히 이동했습니다.
특히 USDC와 USDT 같은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투명성과 안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투명성, 회계 감사, 상환 가능 여부가 사용자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인기였던 반면 이후에는 1달러 가치가 실제로 지켜지는가,
언제든지 법정화폐로 환급할 수 있는가와 같은 요소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DAI 같은 탈중앙형 스테이블코인도 일부 자산을 USDC 등 안정형 담보로 전환하면서 구조 안정화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단순히 일시적인 반응이 아닌 스테이블코인의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규제 논의의 전환점이 된 사건

루나·테라 사태는 각국 규제기관에도 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은 규제 사각지대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사건 이후 지니어스법(Giancarlo Act) 같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논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유럽연합(EU)은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예치금 100퍼센트 확보와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했습니다.

한국 역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스테이블코인을 전자지급수단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고 발행사의 책임과 구조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요구하는 방향으로 2025년 본격적인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안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하는 금융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 루나·테라 이후, 스테이블코인의 진짜 경쟁은 신뢰다

루나·테라 사태는 단순한 프로젝트 실패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가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 체감하게 만든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다소 위험한 구조도 시장에서 용인되었지만 이 사건을 기점으로 투명성, 법적 책임, 준비금 보유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2025년 현재,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기관 투자자와 규제기관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기술과 구조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지 디지털 결제 수단을 넘어서 금융 시스템과 연결되는 핵심 자산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더 이상 ‘누가 빠르게 성장하느냐’보다 ‘누가 더 신뢰를 줄 수 있느냐’가 중심이 되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