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장의 사진을 찍고, 수많은 글과 영상, 댓글을 남깁니다. 그러나 이렇게 쏟아지는 디지털 기록들 중 대부분은 몇 년 후 사라집니다. 서버가 폐쇄되거나, 파일 포맷이 달라져 더 이상 열 수 없게 되거나, 단순히 ‘삭제’ 버튼 한 번으로 영영 잃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런 세상 속에서 ‘기억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Digital Archive Curator)입니다.

그들은 디지털 시대의 사서이자, 온라인 공간의 보존가이며, 동시에 기술과 예술, 역사 사이를 잇는 데이터 기반 니치직업입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일을 한다기보다는 ‘어떤 데이터를 남길 것인가’, ‘어떻게 보존하고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인류의 디지털 흔적을 ‘의미 있는 기록’으로 바꿔놓는 사람들입니다.
이 직업은 과거의 아카이브 전통을 현대 기술과 결합해, 디지털 시대의 기억을 설계하는 새로운 형태의 니치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란 누구인가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는 디지털 자산을 체계적으로 수집, 분류, 저장, 그리고 보존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과거에는 도서관이나 박물관에서 실물 자료를 관리하는 큐레이터가 있었다면, 이제는 온라인 공간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디지털형 큐레이터가 등장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가기록원이나 대학 연구소, 문화재청 등에서는 각종 문서, 이미지, 영상 자료를 디지털로 변환해 저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저장만 해서는 그 자료가 ‘살아 있는 지식’이 되지 않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는 이러한 자료를 구조화하고, 검색이 가능하도록 메타데이터를 부여하며, 시간이 지나도 접근 가능한 형태로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이들은 단순한 기술 관리자가 아닙니다. 디지털 자료 속에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이해하고 ‘어떤 자료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큐레이터는 데이터와 사람 사이의 의미적 다리 역할을 하는 전문가입니다.
최근에는 정부 기관뿐 아니라, 언론사, 예술단체, 기업에서도 자체적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그에 따라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는 점차 기업 데이터 자산을 관리하는 핵심 니치직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설계하는 사람,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의 하루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의 하루는 ‘기록의 생애주기’를 따라갑니다.
먼저, 어떤 자료를 수집할지 계획을 세웁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기의 사회 운동 관련 뉴스 기사, 특정 작가의 온라인 작품 기록, 혹은 기업의 프로젝트 히스토리 등 보존 가치가 있는 자료를 선정합니다.
그다음에는 수집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합니다. 자료의 형식(문서, 이미지, 영상 등)과 내용(시대, 인물, 주제 등)에 따라 메타데이터를 설정하고, 검색 가능한 태그를 달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정리 작업이 아니라, 향후 수천 명의 이용자가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려한 ‘디자인’ 과정에 가깝습니다.
또한 큐레이터는 자료의 보존 가능성을 함께 검토합니다. 파일 포맷이 오래돼 열리지 않는 경우에는 최신 형식으로 변환하고, 클라우드나 장기 저장 서버에 백업하여 데이터 손실을 방지합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자동 분류 시스템을 활용해 자료의 내용을 분석하고, 유사 문서를 자동으로 연결하는 기술도 쓰이고 있습니다.
업무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공개 여부를 결정합니다. 모든 자료가 공개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 개인정보, 기관 정책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의 하루는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예술적 판단과 기술적 실행이 동시에 요구되는 과정입니다.
디지털 보존의 경제적 가치와 니치직업으로서의 수익 구조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는 공공기관, 대학, 연구소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 직업입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기업은 자사의 브랜드 역사, 프로젝트 데이터, 내부 문서 등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문화재 관련 단체에 소속된 큐레이터는 주로 정규직 또는 연구직 형태로 일하며, 연봉은 대체로 3,500만 원에서 5,000만 원 선에서 시작합니다. 경력이 쌓이면 팀장급 또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승진해 7,000만 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민간 기업이나 외주 프로젝트 기반의 프리랜서 큐레이터는 단기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으며, 한 프로젝트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단위의 수익을 올리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유산 보존’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의 온라인 데이터를 정리해 ‘디지털 유언장’ 혹은 ‘디지털 추억 보관소’ 형태로 관리하는 서비스입니다.
이 분야는 기술적 전문성과 윤리적 감수성을 모두 요구하기 때문에, 전문 큐레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온라인 콘텐츠 아카이빙 컨설팅, 디지털 박물관 기획, 아카이브 구축 솔루션 개발 등의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확장 가능한 직업 구조 덕분에 이 직업은 단순히 공공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프리랜서형 니치직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 니치직업의 미래와 사회적 의미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AI가 생성하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록의 홍수 속 질서’를 만드는 사람이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의 데이터는 쉽게 만들어지지만, 그만큼 쉽게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때 큐레이터는 ‘기록의 생태계’를 설계하는 조정자이자, 디지털 기억의 수호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이 직업은 단순한 기술직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직업으로서 의미가 큽니다. 예를 들어, 사회 운동 기록이나 예술가의 창작 아카이브를 보존함으로써 한 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역할을 하죠.
기록이 사라지면 기억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큐레이터의 일은 디지털 세대의 집단 기억을 유지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블록체인 기반의 아카이브, AI 자동 태깅 시스템, 그리고 메타버스 전시 기술까지 접목되며 큐레이터의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기술적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하나, “기록은 인간의 정체성을 담은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는 바로 그 이야기를, 데이터의 형태로 오래도록 남기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이 직업은 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진정한 미래형 니치직업입니다.
기록을 지키는 일이 곧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디지털 아카이브 큐레이터는 오늘도 사라지는 데이터를 기억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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