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역사상 가장 오래된 스테이블코인은 무엇이었을까?

kisense 2025. 7. 12. 16:08

2025년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에서 매일 수천억 원 규모로 거래되는 디지털 통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USDT(테더), USDC(서클), DAI 같은 스테이블코인에 익숙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시장을 지배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법정통화와 가격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라는 기술적 도전이 시장의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역사, 기원,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이 지금처럼 자산 보관, 송금, 디파이 예치, 글로벌 결제 등에 사용되기까지는 무수한 실패와 실험의 역사가 존재했습니다.

그 시작점에 있던 몇몇 코인들은 지금은 사라졌거나 존재감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들이 제시한 구조와 시도는 오늘날의 스테이블코인 설계에 중요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장 먼저 등장한 스테이블코인들이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현재의 스테이블코인과 무엇이 달랐는지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뿌리를 탐구해 보겠습니다.

 

✅ 가장 오래된 스테이블코인 BitUSD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프로젝트는 ‘BitUSD’입니다.
이 코인은 2014년 7월, BitShares라는 탈중앙화 플랫폼에서 출시되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BitUSD는 달러 가격과 연동된 디지털 자산이지만, 실물 달러를 보관한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 담보’로 가치를 유지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BitUSD는 BTS 토큰을 일정 비율로 담보로 묶어놓고 그 담보의 가치에 따라 BitUSD를 발행하는 구조였고 이는 훗날 MakerDAO의 DAI 구조에 유사한 형태로 계승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담보의 변동성이 너무 커서 BitUSD의 페깅(1달러 고정)이 자주 무너졌고 사용자들이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엔 안정성이 부족했습니다.

BitUSD는 2020년 이후 거의 거래되지 않으며 현재는 사실상 기능을 멈춘 프로젝트가 되었지만 “담보 기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NuBits, 실물 없는 안정성을 꿈꿨던 두 번째 실험

BitUSD와 거의 같은 시기인 2014년 중반, 또 하나의 실험이 있었습니다.
바로 NuBits(NBT)입니다.
NuBits는 실물 자산이나 담보 없이 ‘수요와 공급 조절’ 만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지향했습니다.

개발자들은 NuBits의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을 늘리고 가격이 내려가면 다시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치를 유지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았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2016년과 2018년에 두 차례 이상 페깅이 붕괴됐습니다.

결과적으로 NuBits는 완전한 실패 사례로 남았지만 이후 등장한 수많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들의 청사진이 되었고,
나중에 루나-테라 사태에서 다시 반복되는 교훈을 남기게 됩니다.

 

✅ USDT(테더)의 등장은 왜 특별했을까?

BitUSD나 NuBits가 암호화폐 기반의 실험적 구조였다면 USDT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으로 등장했습니다.

USDT는 2014년 말, Realcoin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가 곧 Tether로 이름을 바꾸고 ‘현실의 달러를 은행 계좌에 예치한 뒤, 그만큼의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지만 사용자가 이해하기 쉬웠고 초기에는 비트파이넥스(Bitfinex) 같은 대형 거래소들과 연계되어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USDT는 이후에도 수차례 준비금 논란, 회계 투명성 문제, 규제 기관 조사 등 위기를 겪었지만 실제로 페깅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현실과 가장 가까운 방식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USDT가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이지만 그 기원 역시 다른 여러 실패와 실험을 거쳐 살아남은 구조라는 점에서
단순한 성공 사례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 오늘날에 이어진 구조와 달라진 점은?

초기 스테이블코인들이 지향했던 핵심 가치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자산의 가격을 법정화폐에 고정시켜, 안정적인 거래와 보관을 가능하게 하자”는 목표는 공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등장했던 스테이블코인들은 대부분 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자산(담보)이 실제로 얼마나 안전한지 입증하기 어려웠고,
코인 가격이 1달러로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시스템도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사용자들에게 ‘이 코인을 믿고 써도 된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회계 감사나 정보 공개 시스템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제 사용하기를 꺼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오늘날의 스테이블코인들은 감사 보고서, 준비금 투명성,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고,
국가 차원의 규제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법적 기반도 강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 실패로부터 배워 온 스테이블코인의 역사

스테이블코인의 역사는 단지 성공의 역사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BitUSD, NuBits, 초창기 USDT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실패하거나 논란을 겪으면서 어떤 구조가 작동하고, 어떤 구조는 무너지는지를 스스로 증명해 온 과정이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스테이블코인들이 남긴 유산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신뢰와 구조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교훈은 2022년 테라 붕괴 이후의 규제 흐름, 2025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핵심 논의들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사용하는 USDC나 DAI, KRT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이전의 실패 위에 설계되었고 그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디지털 자산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