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리브라(Libra)’의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나?

kisense 2025. 7. 13. 12:15

2019년,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전 세계 통화 시장을 바꿀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이름은 리브라(Libra)였고,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통화’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도 되지 않아 리브라는 이름을 디엠(Diem)으로 바꾸고, 끝내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 실패에서 배운 교훈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기술 실패가 아닌 정치와 규제의 벽에 부딪혀 무너진 최초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도라고 평가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USDT, USDC, KRT 같은 스테이블코인들은 리브라의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리브라가 어떤 점에서 실패했고 그 경험이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남긴 교훈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새로운 스테이블 코인 방식을 꿈꿨던 Libra

리브라의 구조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기존의 USDT나 USDC는 단일 통화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방식이었다면,

리브라는 달러, 유로, 엔화, 파운드 등 여러 통화를 묶어 만든 ‘복합 자산 바스켓’에 기반한 구조였습니다.

이런 구조는 달러의 일방적인 영향력을 줄이고, 글로벌한 통화를 만들 수 있다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보였지만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 정책이 외국 기업에 흔들릴 수 있다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리브라가 “민간이 발행한 글로벌 디지털 달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현했고 그 결과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리브라는 구조를 바꿔 단일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Diem USD'으로 전환하고 이름도 바꾸며 재출발을 시도했지만 이미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웠습니다.

 

✅ 전 세계에 위협이 된 글로벌기업 '페이스북'

리브라의 실패가 보여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느냐보다 ‘누가 발행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는 점입니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기업이 주도했으며 그 영향력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한 번에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점은 기술적으로는 장점이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전 세계 정부의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각 국 정부는 페이스북이 만든 디지털 화폐가 국가의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도 있고 자금세탁이나 탈세, 금융 통제의 공백을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기술만으로 움직이는 자산이 아니라, 정책과 법률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작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리브라를 통해 확인된 것입니다.

 

✅ 오늘날 스테이블코인의 변화된 전략

리브라 이후 등장하거나 살아남은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은 하나같이 정부와의 조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제일 실현하고 있는 USDC는 발행사(서클)가 정기적으로 준비금 회계 보고서를 제출하고, 미국 재무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와도 유사한 구조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등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도 리브라와 같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정책 순응형 설계와 투명한 자금 흐름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리브라의 실패는 오늘날 스테이블코인들이 어떻게 규제에 순응하고, 법적으로 정당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를 알려준 사례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 리브라는 실패했지만, 교과서가 되었다

결국 리브라는 디지털 금융 역사상 가장 강력한 스테이블코인 시도이자 가장 상징적인 실패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스테이블코인들에게 “이렇게 하면 무너진다”는 현실적인 교과서를 남겼습니다.

오늘날 스테이블코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적 안정성뿐 아니라, 규제기관과의 신뢰, 발행 주체의 투명성, 정책과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USDC, DAI, KRT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이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리브라가 부딪혔던 벽을 미리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려는 흐름이 강해질수록,
리브라의 실패는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어떤 디지털 자산이 살아남고, 어떤 프로젝트가 무너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