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한국형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공존은 가능할까?

kisense 2025. 7. 3. 11:57

한국은행이 준비 중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이제 단순한 실험 단계에서 실제 지급결제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원화를 공식화하려는 시도는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으며, 2025년 이후로는 소매용 CBDC의 시범 운영이 국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편 민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원화와 연동된 새로운 디지털 자산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WEMIX$, KRT, HANAWON 등 다양한 원화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송금, 게임, 커머스 등 실생활과 밀접한 영역에서 테스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형 CBDC와 스테이블코인 공존 가능성

 

이제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나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원화, 다른 하나는 민간이 발행하는 원화형 스테이블코인. 이 둘은 경쟁하는 자산이 될까, 아니면 기능을 나눠 공존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개념과 목적, 운영 방식, 사용자 경험, 정책 방향을 비교 분석하며 한국에서 두 자산이 실질적으로 공존 가능한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신뢰’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기능’ 기반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법정화폐의 디지털 버전입니다. 즉, 현재의 지폐나 동전을 디지털 형태로 전환한 것이며 그 가치는 한국은행이 보증하고 중앙 시스템에서 발행 및 정산됩니다. CBDC의 주요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디지털 시대에 맞는 안전한 지급 수단 제공
둘째, 민간 디지털 화폐의 과도한 확산에 대한 정책적 견제
셋째, 결제 인프라의 현대화 및 금융 포용성 강화입니다.

이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이나 플랫폼이 발행하며 법정화폐와 1:1 가치를 유지하려고 설계된 디지털 자산입니다.
그 신뢰는 발행사의 회계 구조, 예치금 보전, 사용자 수요 등에 기반하며 게임, 커머스, 디파이 등 특정 서비스의 생태계 안에서 ‘기능 중심’으로 사용됩니다.

즉, CBDC는 ‘가장 안전한 돈’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스테이블코인은 ‘가장 유용한 디지털 수단’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자산은 본질적으로 출처, 신뢰 구조, 발행 목적이 다르며 그 차이에서 공존 혹은 경쟁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 구조적으로는 공존 가능, 정책적으로는 긴장 존재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공존이 가능합니다.
CBDC는 법정 통화이고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교환 수단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네트워크 위에서 다른 목적을 갖고 운영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BDC는 공공요금 납부나 세금 환급, 정부 보조금 지급 등 정책적 목적에 최적화된 구조로 쓰일 수 있고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의 게임, 콘텐츠, 커머스 결제에서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대체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적으로는 긴장이 존재합니다.
정부는 CBDC를 통해 국가 주도의 안전한 디지털 지급 체계를 만들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자금 흐름, 금융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이를 일상 결제나 대출, 투자에 쓰기 시작하면 CBDC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 이는 중앙은행이 정책적 통제를 어려워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즉, 구조적으로는 공존이 가능하지만 정책적으로는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관계라는 복잡한 구조가 존재합니다.

 

✅ 사용자는 ‘신뢰’보다 ‘편의성과 확장성’을 기준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적 긴장과는 별개로 최종 선택은 결국 사용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고,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혜택과 기능이 연결되어 있는지입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관리하므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사용자 경험이 제한적이거나 플랫폼 확장이 느릴 경우 일상 소비나 서비스 내 결제에서는 경쟁력이 낮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플랫폼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고 게임 아이템 결제, 웹3 지갑 송금, NFT 거래, 크리에이터 후원 등에서
다양한 확장성과 유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 활동이 이쪽에 집중될 가능성도 큽니다.

결국 사용자는 신뢰보다는 실용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CBDC의 존재만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양측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려 하지 않는다면 CBDC는 ‘정부 전용 화폐’로만 머무르고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사용 화폐’로 성장하면서
현실에서 기능 분리와 자산 이원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 경쟁이 아닌 역할 분담으로 가야 진짜 공존이 가능하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서로 다른 논리와 주체에서 출발했지만 디지털 자산 생태계 안에서는 사용자, 플랫폼, 정책이 만나는 접점에서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고 서로 보완하는 정책적 설계와 기술적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CBDC는 공공 서비스 결제와 연금 지급, 세금 환급 등 국가 기반 신뢰 서비스에 집중하고 스테이블코인은 플랫폼 기반 결제, 소액 송금, 디지털 콘텐츠 결제 등 사용자 중심 디지털 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 체계, 교환 프로토콜, 세무 연계 시스템이 잘 설계된다면 경쟁이 아니라 진정한 공존 모델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가 민간 생태계를 ‘대체할 대상’이 아니라 ‘통합할 자원’으로 인식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역시 CBDC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보는 전략적 전환을 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형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책적 유연성과 플랫폼 간 협력 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