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2025년 시행 예정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형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하고 이를 발행하고 유통하려는 기업에게 예치금 100% 보전, 상환 의무, KYC 구축 등의 엄격한 조건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용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금융시장 안정성 등의 명분이 강조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즉 디지털 원화 도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점차 민간 주도에서 국가 주도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가 단순한 안정성 확보 목적만은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가 CBDC 전략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으며 과연 규제의 핵심 목적이 '통화 주권 확보'에 있는 것은 아닌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표면적 이유는 '사용자 보호', 그러나 실제 대상은 민간 화폐 경쟁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목적은 소비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차단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준비금 부족, 발행사의 부도, 회계 부실 등으로 인해 실제로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사건들이 해외에서 발생한 사례를 근거로 들며 한국은 동일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선제적 규제를 도입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규제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위험 차단을 넘어 민간 발행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금융당국에 등록된 전자금융업자가 되어야 하며, 자산은 전액 예치금으로 보전해야 하고 이 모든 구조는 정부가 지정한 회계기관, 보관기관, 감시기관과의 연동 하에 운영되어야 합니다.
즉, 사실상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에서 발행이나 유통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이며 이는 민간 디지털 통화 발행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통화 시스템의 ‘보완 수단’이 아니라, ‘통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의도는 단순히 보호를 넘어서 민간 통화 발행에 대한 견제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CBDC 도입의 핵심 목표는 '통화 주권과 지급 결제의 통제권 회복'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CBDC, 즉 디지털 원화의 핵심 목적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통화 주권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유지하겠다는 중앙은행의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과거에는 화폐 발행과 지급 결제 시스템이 대부분 국가 기관과 금융기관에 의해 운영되었지만 지금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민간 디지털 화폐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실상 일부 영역에서 통화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고, 은행 시스템 밖에서 유통되며, 이용자 간 직접 전송이 가능한 점에서 중앙은행이 감시하거나 조정하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이런 구조가 확산되면 금리 정책, 유동성 관리, 자금 흐름 분석 등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그래서 CBDC를 도입하고,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도 국가가 지급 결제와 통화 발행의 중심에 서겠다는 전략적 방어 조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제하지 않은 채 CBDC를 도입한다면, CBDC는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전에 민간 디지털 자산에 밀릴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두 정책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입니다.
✅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기준이지만, 정부는 '통제력'을 우선한다
이러한 정책적 충돌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부조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단순히 빠르고 편리한 수단을 원할 뿐이며 그 자산이 정부가 발행했는지, 민간 기업이 발행했는지보다 사용성, 수수료, 플랫폼 연동성, 환전 용이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정부는 통화와 결제 시스템을 ‘사회 전체를 조율하는 거시적 도구’로 보고 그 흐름을 민간에 맡기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세수 유실, 불법 자금 흐름, 금융시장 불안정성 등의 리스크를 중시합니다.
따라서 사용자 중심 관점에서 보면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자유로운 디지털 자산 사용에 대한 지나친 제한처럼 보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통화 주권과 금융 질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간극은 결국 정부가 CBDC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통합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남깁니다.
✅ 규제의 핵심은 위험 통제가 아닌 '중앙화된 디지털 화폐 체계 구축'
표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과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규제의 방향과 수단을 보면 실질적으로는 CBDC 중심 디지털 통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정리 과정'이라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즉,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진짜 이유는 위험 방지보다는 디지털 시대에도 중앙은행이 통화 시스템의 핵심 위치를 유지하려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의 혁신을 통제 대상이 아닌 협력 자산으로 인식하고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도 스스로 규율 가능하고 공공성과 호환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정부의 규제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규제가 단순한 배제나 억제가 아니라 정책적 통합과 기술적 공존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렬된다면,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경쟁이 아닌 시너지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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