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연대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전쟁, 기후위기, 빈곤, 질병 등 다양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유치하고 있지만, 최근 눈에 띄게 주목받는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디지털 기부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속도와 탈중앙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법정화폐와 연동되어 가격 변동성이 적은 특징을 가집니다.
특히 USDT, USDC와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국제 NGO들이 국경을 넘는 빠르고 안정적인 기부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으로 기부를 받는 행위는 단순한 기술적 수단을 넘어서 법적, 제도적 쟁점을 동반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NGO들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례를 바탕으로, 이 방식이 가진 장점과 위험 요소,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규제 환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빠르고 저렴한 기부 전달: NGO가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하는 이유
기존의 국제 기부 구조는 복잡한 절차와 높은 송금 수수료, 그리고 느린 처리 속도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저개발국으로의 송금은 은행망이 미비하거나, 외환 규제로 인해 실제 수혜자가 기부금을 받기까지 수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10% 이상의 수수료가 소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중개기관 없이 직접 송금이 가능하며, 몇 분 이내에 자금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긴급 구호, 재난 대응, 국경 밖 난민 구호 등 시간과 비용이 중요한 분야에서 큰 장점이 됩니다.
일부 글로벌 NGO는 이미 USDC나 DAI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구호, 튀르키예 지진 복구, 아프리카 기근 대응 등에 디지털 기부를 적용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부자는 투명하게 블록체인에서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수혜자는 중개 없이 빠르게 자금을 수령할 수 있어 신뢰성과 투명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부도 ‘금융 행위’… 법적 검토가 필요한 이유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정화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NGO가 이를 통해 자금을 수령하고 사용할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외환 규제, 자금세탁방지법(AML), 기부금관리법 등에 저촉될 여지가 생깁니다.
특히 기부금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 흐름의 투명성과 보고 의무가 강하게 요구됩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으로 기부금을 받을 경우에도 이 자산이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사용됐는지를 명확히 기록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비영리법인이 외화성 자산을 수령하거나 사용할 때에는 관할 기관(기획재정부, 외교부 등)에 용도 및 금액을 사전 신고해야 하며, 블록체인 기반 자산도 실질적 자산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어 신고 누락 시 행정 제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부자가 익명으로 송금한 스테이블코인에 불법 자금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NGO 스스로가 KYC(실명확인)나 AML 시스템을 갖추지 않을 경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받는 플랫폼, 무엇이 안전한가
많은 NGO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탈중앙형 지갑(메타마스크) 혹은 중앙화된 거래소 기반 지갑(바이낸스 지갑, 코인베이스 월렛 등)입니다. 각각의 방식은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탈중앙형 지갑은 보안과 자율성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기부자의 신원 추적이 어렵고 복구 시스템이 없어 자금 분실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중앙화 거래소 지갑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신원 관리가 가능하지만, 해당 거래소가 규제를 받거나 제재를 당하면 기부금이 동결될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기부금 자동 보고 기능, 투명한 지출 추적 기능, 원화 또는 달러로 실시간 환전 기능 등을 제공하는 NGO 전용 지갑 솔루션도 개발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규제 리스크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NGO 입장에서는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기록·보고하고, 제3자 감사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는가가 핵심일 것입니다.
한국 NGO의 현실: 제도적 정비는 가능한가
한국에서는 아직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기부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거나, 별도 기준을 제시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디지털자산 기부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으며, 일부 지자체는 실험적으로 지역화폐와 연동한 디지털기부 플랫폼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국내 NGO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려면, 세 가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첫째, 스테이블코인 기부를 정식 회계 항목에 반영할 수 있는 회계 기준 정립
둘째, 기부자 정보와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적 투명성 확보
셋째, 기부금 사용 내역을 규제기관에 원화 기준으로 보고할 수 있는 체계 마련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충실히 준비한다면,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기부가 제도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과 연계해, NGO도 등록·보고 대상에 포함되는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습니다.
결론|기부의 미래, 기술과 규제가 함께 가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NGO에게 빠르고 효율적인 자금 전달 수단을 제공하며, 기부자에게는 높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가져다주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기부는 공공성과 법적 책임이 결합된 행위인 만큼, 단순히 효율성만을 추구한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앞으로 NGO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기술적 도입과 동시에 법적 정합성, 투명한 회계 기준, 규제기관과의 협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지 법을 지키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를 보호하는 필수 장치이기도 합니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의 구조입니다. 스테이블코인 기부가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신뢰를 만드는 제도적 기반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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